조카가 군대에서 제대하기 한 달 전 갑자기 반신불수가 되어 병가제대를 했습니다. 그때는 가슴이 아프긴 해도 저의 일이 아니기에 그렇게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한 달 전 갑자기 제 눈의 망막이 떨어져 수술을 했습니다. 무엇이 잘못돼 집안에 이렇게 좋지 않은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난다는 생각이 들어 『금강경』을 읽고 있습니다.

『금강경』은 그렇게 읽으면 안 돼요. 『금강경』을 읽는다고 무조건 좋은 일이 생기는 게 아닙니다. 『금강경』을 읽다가 ‘범소유상(凡所有相)이 개시허망(皆是虛妄)’하는 순간 ‘아, 미워할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미워하는 거구나’하고 깨쳐야합니다. 이치를 깨치면 일체의 괴로움은 다 사라지고 맙니다.

사람이 미우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인간 만났나’라고 전생 탓을 합니다. 이건 책임 전가입니다. 그 사람을 만난 인연을 탓할 게 아닙니다. ‘잘못된 그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잘못 된 겁니다. 그 사람은 아무 이상이 없어요. 그런데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요.

눈은 믿을 게 못 됩니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 이것 때문에 모든 번뇌가 생기는 겁니다. 눈에 보이는 게 진실이고, 귀에 들리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내 눈에 그렇게 보이고 내 귀에 그렇게 들릴 뿐이지 그것이 사실은 아니에요. 눈에 병이 나면 그냥 ‘눈병이 났구나’라고 생각하면 돼요.



여러분들이 빨리 가고 싶어 자전거 타는 법을 물으면, ‘타다가 오른쪽으로 넘어지거든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고, 왼쪽으로 넘어지거든 왼쪽으로 핸들을 꺾어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그런데 자전거가 오른쪽으로 넘어지면 핸들을 왼쪽으로 탁 꺾어요. 그래서 넘어져 버립니다. 그 때 ‘이 놈의 자전거, 뭐 이런 게 있나’하면서 자전거를 발로 차거나 ‘딴 사람은 다 되는데 왜 나만 안 될까?’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가 다 병입니다.

실제로 자전거를 처음 타보면 잘 안됩니다. 그것은 당연하고, 안 되는 게 진리입니다. 법문을 듣고 가서도 법문처럼 안 되는 게 사실이에요. 그러니 넘어지면 일어나서 타고, 넘어지면 일어나서 또 타세요. 왼쪽으로 넘어지면 왼쪽으로 꺾으라고 했는데 또 오른쪽으로 꺾었으면, ‘오늘 또 오른쪽으로 꺾었네. 다시 해보자’고 하면서 일어나서 타세요.

이렇게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열 번 하면 언젠가 왼쪽으로 꺾게 됩니다. ‘이러면 되네’라고 좋아하다가 또 넘어집니다. 다섯 번 넘어지고 열 번, 스무 번 넘어지는데, 넘어지는 것은 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한 달 기도하고, 백 일 기도하고 삼 년 기도 했는데 아직 화내고, 짜증내고, 슬프기도 하는 등 분별심이 일어나지만 옛날과 비교해 보면 하루에 열 번 화내던 것이 두세 번 내고, 한번 냈다 하면 사흘씩 입 다물고 있었는데 요즘은 몇 시간이면 돌아옵니다. 그것은 아직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기는 하지만, 전보다는 덜 넘어지는 것이지요. 자꾸 타고 다니면 이렇게 자기가 변해갑니다.

그러니 자꾸 안 되는 타령을 하지 말고, 안 되면 또 하면 돼요. 화가 나면 ‘또 화냈네’ 하면서 자기를 돌아보며 가면 됩니다. 그 눈 수술이 뭐 그리 큰일이라고 울어요. 병원에 가서 망막수술 하듯이 오늘 절에서는 전도몽상을 수술하세요. ‘오늘 눈 수술 제대로 했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법륜스님의 법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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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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