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마음이 편하지 않고 조바심이 나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목표에 너무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일을 할 때는 목표가 달성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을 살다보면 실제로는 원하는 대로 일이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기뻐하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괴로워하기 때문에 우리 인생은 늘 즐겁고 괴롭고 하는 상태가 반복됩니다. 그런데 사람들마다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지면 과연 좋은 세상이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사람들마다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지면 이 세상은 망합니다. 우리 각자가 원하는 것이 대부분 이루어지 않아서 그나마 세상이 이 정도라도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오늘 소풍을 가기로 해서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데 그게 이루어지면, 한 사람이라도 소풍을 가는 사람이 있는 한 1년 365일 동안 비는 내리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농사는 망치겠지요. 또 한 남자가 어떤 여자를 좋아해서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 그 여자는 이 남자를 싫어한다면 남자에게는 원하던 것을 이루는 것이지만 그 여자에게는 큰 불행이 됩니다. 이렇듯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게 사실은 정상이고 진리에 가깝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하는 인간 심리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닙니다. 원하는 게 이루어질 때 기분이 좋은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나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기분 나빠 하거나 괴로워하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진리에 더 가깝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괴로워할 필요는 없는 거지요. 내가 오늘 소풍을 가는데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은 나쁜 생각이 아니에요. 그런데 ‘오늘 반드시 비가 오지 말아야 한다.’라고 생각하면 잘못된 생각입니다. 나는 비가 안 왔으면 좋겠지만 비가 와야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 비가 온다고 괴로워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 인생이 이런 문제로 괴로워하기 때문에 즐거웠다가 괴로웠다 하는 고락의 윤회를 벗어날 수 없는 거예요. 괴로워하면 원하는 게 이루어지느냐, 사실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오히려 괴로워하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더 노력할 수 있습니다. 노력을 하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확률이 더 높아지지요. 그러니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괴로워하는 것은 일의 목표를 이루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그래서 일의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되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이루어지면 좋고 이루어지지 않아도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에 대해 조바심이 나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할 때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두근두근하게 되는 이유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수행자는 다만 할 뿐’이어야 합니다. 이 말은 일을 적당하게 대충대충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마라는 말입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면, 일이 되면 좋고 안 되도 좋습니다. 안 되도 좋다는 말은 일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라 안 됐을 때 다시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결과에 집착해서 안 되면 포기해 버립니다. 안 될 때는 안 될 만한 무슨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찾아서 노력이 부족하면 노력을 더 하고, 방법이 틀렸으면 방법을 바르게 하면 됩니다. 안 됐다고 해서 괴로워할 일도 아니고 불행하다 생각할 일은 더욱 아닙니다.
저도 인생을 돌아보면 제가 어떤 걸 시도해서 이루어진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안된 경우가 95%였고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작은 실패를 계속한 내 인생 전체를 살펴보면 실패했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그 실패가 사실은 성공의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실패를 했기 때문에 방법을 연구하고, 다시하고, 새로 시작할 수 있었고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수행자는 실패를 하기 때문에 발전을 하는 거예요. 마치 무언가를 연구하는 연구자처럼 실험을 하고, 실패하면 또 실험하고, 또 실패하면 다르게 시도해 보고, 다시 연구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법칙이나 물질을 발견하려면 수천수만 번의 실패를 거듭해야만 성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어떤 일을 하는데 열 가지 경우 중에 한 가지만 정답이라고 하면 그 정답을 어떻게 찾을까요? 보통 사람들은 한 번 해 보고 “실패했다.”, 두 번 해 보고 “또 실패했다.”, 세 번 해 보고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하면서 좌절하고 포기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좌절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10개의 심지 중 첫 번째 심지를 뽑았는데 정답이 아니면 다음에 뽑을 때는 정답을 찾을 확률이 9분의 1, 그 다음에는 8분의 1, 그 다음에는 7분의 1이 됩니다. 실패하면 실패할수록 정답에 가까워지고 있는 거예요. 계속 희망이 쌓이는데 왜 실망하고 낙담을 하겠어요. 실패한다는 것은 지금 성공으로 가까이 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패했을 때 좌절하고 절망하는 것은 연구를 할 만한 의지가 없는 거예요. 노력을 안 하고 결과만 바라는 것은 인과법에 어긋납니다. 인과법이라는 것은 ‘그렇게 되는 데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오늘 아침에 남편이 화를 냈다, 갑자기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 갑자기 회사가 부도가 났다고 할 때도 내가 몰랐을 뿐이지 사실은 그런 일이 일어날 조건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화를 내지 않으면 좋지만 화를 냈다고 나쁜 건 아니에요. ‘왜 화가 났을까? 이 문제에 내가 걸려 넘어지는구나.’ 하고 자기를 발견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화가 안 난 것보다 화가 난 것이 결과적으로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실패의 원인을 규명해서 더 개선하는 쪽으로 한 발 나가면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일상생활이 모두 수행이 되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자기 자신을 잘 살펴보면 자신이 해야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 되는 게 하나쯤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담배 피던 사람이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하고 노력해서, 힘들기는 했지만 끊게 되면 그 사람에게 희망이 생깁니다. ‘아, 이렇게 하면 할 수 있구나. 내가 했으니 저 사람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가능성이 열리는 거지요. 이 생각을 확산시켜 나가면 담배를 안 피우는 사회를 만들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노력을 해도 안 되면 안 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안 되는 게 있듯이 다른 사람에게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이 이루어지면 희망을 가지고 확산시켜 나가고 안 되면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깊어지니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갖는 거지요.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도 공부가 되고 이루어지지 않아도 공부가 되기 때문에, 이루어지고 이루어지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에 대한 결과에만 관심을 가지면 실패했을 때 좌절하고 낙담하게 되지만,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면 일에 대한 조바심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일을 할 때는 다만 할 뿐이어야 합니다. 긴장하고 조바심 내는 자기를 보면서 ‘어, 내가 또 결과에 집착하는구나.’ 이렇게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연습을 하면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습니다.
법륜스님 법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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